역사방2026. 6. 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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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동북아시아 문명의 수수께끼

홍산문화(紅山文化, 기원전 약 4700년-2900년)는 동북아시아 고대사의 가장 매혹적인 퍼즐 중 하나다. 내몽골 자치구와 요녕성, 하북성이 접경하는 서요하(西遼河) 유역에서 번성했던 이 신석기 문화는 도시 문명 성립 이전 단계에서 이미 대규모 제사 시설과 정교한 옥기(玉器) 공예, 계층화된 사회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우하량(牛河梁) 유적지에서 발견된 제단·신전·적석총(積石塚) 복합 시설은 홍산사회가 종교적 권위를 중심으로 조직된 '신정 국가(theocracy)'의 성격을 띠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홍산문화의 유전적 정체성, 현대 동북아시아 인구 집단과의 관계, 그리고 '문명의 기원'을 둘러싼 해석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중국 정부는 홍산문화를 중화문명의 중요한 기원 중 하나로 적극 선전해온 반면, 한국의 일부 재야 학계는 홍산문화를 고조선 및 한국 고대사의 직접적 계보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2025년에 발표된 최신 고대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이러한 기존의 담론들에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본고는 2025년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왕(王) 연구진의 논문과 《Gene》에 게재된 황하 중류 유역 신석기 후기 유전체 분석 연구를 중심으로, 홍산문화 고대인의 유전적 구성과 그 역사적 함의를 학술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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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1. 홍산문화의 고고학적·환경적 배경

1.1. 서요하 유역의 문명적 성취

홍산문화는 동북아시아 신석기 문화 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사회·의례 체계를 발전시킨 사례로 평가받는다. 우하량 유적지에서 확인된 '신전-제단-적석총' 복합 시설은 당시 사회가 단순한 부족 연맹을 넘어, 최소 3단계의 행정-의례 계층 구조를 갖춘 '원시 국가(archaic state)' 단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고고학자 리보첸(李伯謙)에 따르면, 홍산문화의 '고대 국가'는 종교 권위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신정(theocracy)** 의 성격이 강했다. 이는 무덤에서 출토되는 옥기들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의례적·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는 물품들이었으며, 대규모 제사 시설이 사회의 중심적 공간 역할을 했던 사실에서 뒷받침된다. 반면 같은 시기 황하 중류의 앙소문화(仰韶文化)는 군사적·왕권적 권위에 더 기반한 '왕권 국가'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홍산문화는 또한 정교한 옥기 공예로 유명하다. 용의 형상을 한 'C자형 용'과 '운형옥(雲形玉)' 등은 후대 중국 문명의 옥기 전통과의 연속성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유사성이 인구의 직접적 계승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문화적 확산의 결과인지는 별도의 문제다.

1.2. 환경 변화와 문화의 쇠퇴

홍산문화는 약 500년간 번성한 이후 쇠퇴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환경 변화 요인이다. 2015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내몽골 동부의 훈샨다커 사구 지역은 약 12,000년 전부터 4,000년 전까지 풍부한 수자원과 삼림이 존재했으나, 약 4,200년 전부터 시작된 기후 변화로 인해 급속히 사막화되었다.

이러한 환경 악화는 홍산문화의 농업 기반을 붕괴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은 이로 인해 홍산문화의 주민들이 남쪽으로 이주했으며, 이것이 이후 중국 문명 형성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 '인구 이동' 가설이 유전학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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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대 유전체 분석 방법론: 2025년 연구의 의의

2.1. 연구 대상과 분석 기술

2025년 왕 연구진이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은 홍산문화 고대인의 유전체를 분석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다. 연구진은 하북성 정자구(鄭家溝) 유적지에서 발굴된 홍산문화 관련 개체 19구와, 요녕성 반라산(半拉山) 유적지에서 기존에 보고된 3구 등 총 22개체의 게놈 데이터를 확보했다. 정자구 유적지는 현재까지 발견된 홍산문화 관련 유적 중 가장 서남쪽에 위치하며, 홍산문화의 핵심 권역인 반라산과 약 473km 떨어져 있다.

분석 방법으로는 Illumina 플랫폼을 이용한 전장 게놈 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과 1240K 패널을 이용한 SNP 포획 및 시퀀싱이 사용되었다. 고대 DNA 특유의 손상 패턴(C→T/G→A 치환)을 확인하여 진위를 검증했으며, 성 결정, 미토콘드리아 및 핵 DNA 오염도 평가, 친족 관계 분석 등이 수행되었다.

2.2. 유전체 분석의 핵심 지표

고대 인구 유전학에서 사용되는 주요 분석 도구로는 PCA(주성분 분석), ADMIXTURE(집단 구조 분석), f3-통계 및 f4-통계, qpAdm(조상 모델링) 등이 있다. PCA는 현대 및 고대 인구 집단을 유전적 변이에 따라 2차원 또는 3차원 공간에 투영하여 집단 간의 유전적 거리를 시각화한다. ADMIXTURE는 각 개체가 가정된 K개의 조상 집단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유전적 구성 요소를 물려받았는지 추정한다. qpAdm은 특정 표본 집단이 주어진 원천 집단들의 혼합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통계적으로 검증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연구진은 홍산인들의 유전적 정체성을 정량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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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5년 유전자 분석 결과: 두 계통의 혼혈

3.1. 홍산인 유전체의 두 가지 근간

왕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홍산인들은 크게 두 가지 유전적 계통의 혼혈로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는 **고대 동북아시아인(Ancient Northeast Asian, ANA)** 관련 계통으로, 이는 서요하 지역의 선행 문화였던 자오바오거우(趙寶溝) 문화 인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두 번째는 **앙소문화 관련 조곡 농경민** 계통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앙소문화 관련 계통이 홍산인에게 직접 유입된 것이 아니라, **다원커우(大汶口) 문화**를 매개로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원커우 문화 인구는 약 40%의 산둥 초기 수렵채집민 계통과 약 60%의 앙소문화 계통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홍산문화 인구와 혼합되면서 홍산인의 유전적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신석기 시대 중기에 서요하 유역, 황하 중류(중원), 산둥 반도 사이에 복잡한 상호 연결망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즉, 홍산문화는 단순히 '북방 문화'나 '중원 문화'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다원적 교류의 산물이었다.

3.2. 양자강 유역 및 황하 유역 인구와의 비교

홍산인의 유전적 구성은 같은 시기 황하 중류의 인구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25년 《Gene》에 발표된 연구는 섬서-산서 지역의 루산마오(蘆山峁), 스마오(石峁), 타오쓰(陶寺) 유적지에서 발굴된 8개체의 게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들 개체의 유전적 구성은 주로 앙소문화 관련 계통(YR_MN)에 기반하며, 여기에 동북아시아 관련 계통(AR_EN)이 2차적으로 혼합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루산마오 유적지의 LSM_1 개체는 뚜렷한 유전적 이상치(outlier)로 확인되었는데, 이 개체는 **홍산문화 인구와 유사한 유전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LSM_1은 주거지 내 매장(Jushizang)이라는 특이한 장례 관습과 함께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관습은 서요하 지역의 위민(裕民) 문화나 싱룽와(興隆窪) 문화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발견은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황하 중류와 서요하 유역 사이에 신석기 후기에 이미 양방향 인구 교류가 존재했을 가능성이다. 둘째, 일부 개체의 이례적인 유전적 구성은 개별적 이동이나 소규모 집단의 이주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3.3. Y 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

홍산인의 Y 염색체 하플로그룹 구성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홍산문화 유적지에서 출토된 남성 유골의 Y 염색체 하플로그룹은 **N 계열**이 67%로 높은 빈도를 보였다. N 하플로그룹은 오늘날 우랄어족 민족이나 야쿠트인 등에게서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는 점에서, 홍산인이 우랄계 언어 계통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섬서-산서 지역의 신석기 후기 인구에서는 Y 염색체 하플로그룹 **Oα**와 **Oβ**가 주로 발견되었으며, 이는 현대 한족에서 흔히 관찰되는 유형이다. N1a와 N1b2 하플로그룹도 낮은 빈도로 관찰되었는데, 이는 동북아시아인과 중국-티베트어족 인구에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은 Y 염색체보다 더 다양한 양상을 보였으며, 이는 모계 계통에서 더 높은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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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대 동북아시아인과의 관계: 직계인가, 먼 친척인가

4.1. '요하 고스트 인구집단' 가설

홍산문화의 유전적 정체성과 현대 인구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 학계에서는 흥미로운 가설이 제기된 바 있다. 2020년 김종일 을지대학교 교수는 '한국인의 기원' 논문에서 **요하 고스트 인구집단(Liao River Ghost Population)**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데이비드 라이크(David Reich)가 중국 인구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양자강 고스트 인구집단'과 '황하 고스트 인구집단'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홍산문화를 발전시킨 인구 집단을 지칭한다.

김 교수는 Y 염색체 하플로그룹 O2b와 O2b1이 요하지역에서 진화하여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한국어와 중국어의 차이와 같은 언어적 현상이 이 요하 고스트 인구집단의 유전적 특성이 규명됨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가설은 현재까지 고대 DNA를 통한 직접적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 교수 역시 "이러한 추측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홍산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인골 DNA 분석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2025년 왕 연구진의 결과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중요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4.2. 현대 한국인·중국인과의 유전적 거리

2025년 연구 결과는 홍산인과 현대 인구의 관계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제시한다. **홍산인들은 현대 한국인이나 현대 중국인(한족)의 직계 조상이 아니다**.

PTT 기반의 유전학 토론 자료에 따르면, 현대 한국인의 유전적 구성은 약 70-80%의 황하 계통, 5-12%의 담석산(曇石山) 계통(중국 동남부 해안), 9-17%의 흑룡강 계통(동북아시아)으로 분석된다. 현대 중국인(한족)은 지역적 차이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황하 및 장강 유역 계통이 지배적이다.

홍산인의 유전적 구성은 고대 동북아시아인 계통과 앙소문화 계통의 혼합이라는 점에서, 현대 한국인이나 중국인의 유전적 풀에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배적인 유전적 기여를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홍산인 이후 청동기 시대에 걸쳐 이 지역에 새로운 인구 집단들이 유입되면서 홍산인 계통은 크게 희석되거나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계를 '먼 사촌 관계'로 비유한다. 즉 홍산인과 현대 동북아시아인들은 먼 과거의 공통 조상(예: 초기 동아시아인)을 공유하지만, 직접적인 혈통의 계승 관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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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역사 해석 논쟁: 고고학·유전학·민족주의

홍산문화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학문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민족주의적 차원으로 확장되어 왔다.

5.1. 중국의 '중화문명 다원기원설'과 홍산문화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중화문명 다원기원설'의 일환으로 홍산문화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켜왔다. 이는 황하 문명만이 아닌 장강·요하 문명 역시 중화문명의 중요한 뿌리라는 주장이다. 2026년 《China Daily》 보도에 따르면, 요녕성 출신 전국인민대표대표 셰웨이둥(謝衛東)은 우하량 유적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가속화할 것을 제안했다.

셰 대표는 "우하량 유적지는 중국 문명사의 1,000년 이상의 공백을 메우고, 중국 문명 기원 이론을 위한 가장 확고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산문화를 "중화문명의 다양하고 통일된 패턴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규정했다. 이는 홍산문화를 중국 문명의 일원으로 포섭하려는 국가적 서사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5.2. 한국의 민족주의 역사학과 홍산문화

한국에서는 일부 재야 학계와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이 홍산문화를 한국 고대사의 직접적 계보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해왔다. 홍콩 대학의 앤드류 로지(Andrew Logie)는 2020년 논문에서 이러한 현상을 '홍산의 전회(Hongshan turn)'로 명명하고, 이를 한국의 사이비 역사 담론의 핵심 주제로 분석했다.

로지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두 세대로 나뉜다. 1세대는 고조선과 요하 문명을 동일시하며, 고조선이 요하 문명을 통해 중국 문명을 건설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2세대(2000년대 후반 이후)는 더욱 적극적으로 홍산문화를 '한국 선사시대'의 핵심 주제로 확립했다. 특히 이러한 담론은 한국의 일부 신흥 종교와도 결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어 위키피디아 문서에서도, 한국의 일부 연구자들이 홍산문화의 토기가 중국 대륙의 신석기 문화보다 한국의 즐문토기(櫛文土器)와 더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고고학자보다는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나 재야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5.3. 유전학적 증거가 논쟁에 주는 함의

2025년 고대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이러한 민족주의적 해석들에 대해 명확한 과학적 기준점을 제공한다.

첫째, 홍산인은 현대 중국인이나 한국인의 직접적 조상이 아니다. 따라서 홍산문화를 '중화문명의 뿌리'로 강조하는 서사도, '한국 민족의 직접적 기원'으로 주장하는 서사도 모두 유전학적 증거와 불일치한다.

둘째, 홍산인은 고대 동북아시아인과 앙소문화 계통(다원커우 문화를 매개로)의 혼합체였다. 이는 현대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에게 유전적으로 기여한 '두 개의 큰 물줄기' 사이에 위치한, 독특한 '접경 문화'로서의 홍산문화의 성격을 보여준다.

셋째, LSM_1과 같은 유전적 이상치의 존재는, 황하 중류와 서요하 유역 사이에 신석기 후기에 이미 개별적 혹은 소규모 집단 수준의 양방향 인구 이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홍산인 전체가 한반도나 중국 본토로 대규모 이주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개체나 소규모 집단이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교류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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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신정 국가의 실패와 소멸: 홍산문명의 운명

홍산문화가 약 500년간 번성한 후 소멸한 이유에 대해 고고학자 리보첸은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한다. 그는 홍산문화의 '신정 국가' 체제가 종교 권위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제사 시설과 의례에 막대한 사회적 부가 투입되면서 생산적 활동이 위축되었고, 이는 사회의 지속적 발전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시기 앙소문화는 군사적·왕권적 권위에 기반한 체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를 걸을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홍산문화의 쇠퇴가 단순히 환경 변화나 외부 침략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의 내재적 한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물론 환경 악화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을 수 있으나, 그 이전에 이미 사회 체제의 취약성이 내재해 있었을 것이다.

홍산문화 이후 서요하 지역에서는 하가점 하층문화(夏家店下層文化, 청동기 시대 초기)가 등장하지만, 홍산문화 수준의 정교한 의례 유적이나 신정 체제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홍산문화의 독특한 사회-종교 체계가 후대로 지속적으로 계승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며, 일부 문화적 전통은 하가점 하층문화와 상층문화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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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홍산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적 의의

2025년 고대 유전체 분석 연구는 홍산문화의 유전적 정체성과 그 역사적 위치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명확한 그림을 제공한다. 본고에서 검토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홍산인은 고대 동북아시아 수렵채집민 계통(ANA)과 산둥-앙소 농경민 계통의 복합적 혼혈로 형성되었다.** 이 두 계통의 혼합은 다원커우 문화를 매개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신석기 중기에 서요하, 황하 중류, 산둥 반도 사이에 존재했던 복잡한 상호 교류망을 반영한다.

**둘째, 홍산인은 현대 한국인이나 중국인의 직계 조상이 아니다.** 홍산인 이후 청동기 시대에 걸쳐 이 지역에는 새로운 인구 집단들이 유입되었고, 홍산인의 유전적 흔적은 크게 희석되거나 대체되었다. 현대 동북아시아인들은 홍산인과 먼 과거의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먼 사촌 관계'에 가깝다.

**셋째, 홍산문화는 독자적인 '신정 국가' 체제를 발전시킨 동북아시아의 독특한 문명 실험이었다.** 그러나 종교 권위에 지나치게 의존한 사회 구조와 환경 변화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해 쇠퇴하였고, 이후 동북아시아 문명 발전의 주류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넷째, 홍산문화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민족주의적 담론들은 과학적 증거와의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 중국의 '중화문명 기원' 서사나 한국의 '고조선-홍산 동일시' 주장 모두 유전학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홍산문화는 '중화'나 '한국' 어느 하나로 귀속될 수 없는, 동북아시아 인구 교류와 문화 융합의 복합적 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홍산문화 연구는 앞으로도 고고학, 유전학, 언어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협력을 통해 계속 발전할 것이다. 특히 홍산문화의 쇠퇴 이후 인구의 구체적 운명, 서요하 지역과 한반도 및 일본 열도 사이의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 교류 관계 등은 향후 연구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궁극적으로 홍산문화가 동북아시아 문명사에서 가지는 의의는 단일 민족의 '기원'이 아니라, 복잡한 인구 이동과 문화 교류, 독특한 사회 실험의 기록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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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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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ad Idea